
안녕하세요, 프리버드입니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가상자산이든,투자라는걸 시작하면 가장 먼저 신경 쓰이는 건 수익률입니다. 올랐는지, 떨어졌는지, 내가 산 투자상품이 다른 상품보다 잘 가고 있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계좌를 들여다보게 됩니다. 저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하루에 한두 번은 제 ETF가 잘 있는지 확인해야 마음이 놓입니다.
사실 겁나게 들락날락거립니다.
그런데 투자 관련 기사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수익률만큼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절세입니다.
최근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수익률보다 실수령액이 중요하다’며 절세 계좌를 활용하는 순서로 연금저축→IRP→ISA를 제시했습니다.
매일경제뿐 아니라 몇 가지 더 살펴보니 작년 한국경제 유튭도 그렇고 적어도 이 분야에 종사하시는 많은 분이 그렇게 이야기 하시는 것 같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먼저 연금저축에 연 600만 원을 넣고, 그다음 IRP에 연 300만 원을 추가해 연금계좌 세액공제 한도 900만 원을 채웁니다. 이후에도 투자할 돈이 남는다면 ISA를 활용하라는 겁니다.
국세청 안내에 따르면 연금저축과 IRP 등 연금계좌에는 합산해 연간 1,800만 원까지 납입할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세액공제 대상은 연금저축이 최대 600만 원, IRP를 포함한 연금계좌 전체가 최대 900만 원입니다.
그런데 사실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그 순서를 끝까지 따라갈 만큼 투자할 돈이 충분한가?
황금순서를 지키려면 매달 75만 원+α가 필요하다
연 600만 원의 혜택을 받으려면 매달 50만 원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IRP 연 300만 원을 더 채우려면 매달 25만 원이 추가됩니다. 두 계좌의 세액공제 한도를 채우는 데만 매달 75만 원이 들어가는 셈입니다.
- 연금저축: 월 50만 원
- IRP: 월 25만 원
- 합계: 월 75만 원
그냥 톡 까놓고 월 투자 가능 금액이 75만 원이라면 기사에서 말하는 황금순서를 따르는 순간 투자금 전부가 연금저축과 IRP로 들어갑니다. ISA 차례는 오지도 않습니다.
저는 이렇습니다.
저의 현재 상태는 이렇습니다.
- 연금저축: 월 40만 원 (연 480만 원)
- ISA: 월 40만 원 (연 480만 원)
- IRP: 계좌는 만들어 놨지만 본격 운용 전 (월 0원)
기사가 말하는 황금순서를 100% 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연금저축을 연 600만 원까지 채우려면 월 10만 원을 추가하고, IRP에 연 300만 원을 채우려면 월 25만 원을 새로 넣어야 합니다. 더해보니 정확히 월 35만 원이 필요합니다.
황금순서를 그대로 따르려면 ISA에 넣던 월 40만 원 가운데 35만 원을 연금저축과 IRP로 옮겨야 한다는 뜻입니다. ISA에 남는 돈은 월 5만 원입니다. 5만원 남으면 두명이 고기뷔페도 못가는군요. ㅜㅜ. 혼자 냉삼이나 즐겨야 할듯…
- 연금저축: 40만 원 → 50만 원
- IRP: 0원 → 25만 원
- ISA: 40만 원 → 5만 원
그렇게 바꾸면 연말정산 세액공제액은 최대한 채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납입원금 범위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꺼내 쓸 수 있고, 3년을 채우면 세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ISA 자금은 거의 쌓이지 않습니다. 나머지 돈은 혜택을 받은 만큼 꺼내 쓰기 어려운 연금계좌에 남습니다. 세금은 아꼈지만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돈은 줄어드는 셈입니다.
월 투자금별로 나눠보면 다르게 보인다
쉬운 예로 소액 투자 금액대별로도 나눠서 계산해 봤습니다.
월 50만 원을 투자한다면
황금순서를 그대로 따르면 월 50만 원 전부가 연금저축으로 들어갑니다. 연간 600만 원으로 세액공제 한도는 채우지만, IRP와 ISA에는 한 푼도 남지 않습니다. 이 돈을 전부 장기간 묶어도 괜찮은지부터 생각해야 하는 구간입니다.
월 75만 원을 투자한다면
세액공제만 보면 교과서적이지만, 갑자기 목돈이 필요할 때 부담 없이 꺼내 쓸 자금은 거의 없습니다. 연금저축은 중도인출할 수 있어도 세액공제받은 돈과 운용수익에는 세금 부담이 생길 수 있고, IRP는 법정 사유가 아니라면 일부 인출이 훨씬 어렵습니다. 절세는 꽉 채웠는데 유동성은 바닥인 구간입니다.
월 100만 원을 투자한다면
연금저축 50만 원, IRP 25만 원을 넣고도 ISA에 25만 원을 넣을 수 있습니다. 이 정도부터 기사가 말하는 순서가 현실에서도 어느 정도 성립한다고 느껴집니다.
월 120만 원 이상을 투자한다면
연금저축과 IRP 한도를 채우고도 ISA에 45만 원 이상 넣을 수 있습니다. 이때부터 ‘어느 계좌부터 채울까’라는 순서가 실제로 의미를 갖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저는 월 투자금이 100만 원을 넘느냐, 넘지 않느냐가 꽤 중요한 현실적인 경계선처럼 느껴졌습니다. 법에 정해진 기준은 아니지만, 세 계좌가 모두 투자 계좌다운 모양을 갖추기 시작하는 지점이 대략 그쯤이었습니다.
소액 투자자에게는 순서보다 배분이 먼저다
투자금이 많지 않다면 세액공제를 최대한 받는 것만이 정답은 아닐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지금 월 80만 원을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황금순서대로 연금저축 50만 원 + IRP 25만 원을 채우는 대신,
- 연금저축 40만 원
- IRP 15만 원
- ISA 25만 원
이런 식으로 나눌 수도 있습니다. 세액공제 한도를 전부 채우지는 못하지만, 노후자금과 필요할 때 꺼낼 수 있는 자금을 함께 쌓을 수 있습니다. 세금 몇십만 원을 더 돌려받는 것보다, 갑자기 돈이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한 사람도 있을 겁니다.
프리버드의 발견
연금저축→IRP→ISA라는 절세 순서는 분명 합리적입니다. 하지만 모든 투자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월 투자금이 충분한 사람은 연금저축과 IRP의 세액공제 한도를 채우고도 ISA를 운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저처럼 투자금이 크지 않은 사람은 그 순서를 그대로 따라가는 순간,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이 크게 줄어듭니다.
분명 이 이야기를 기사화했던 기자나, 유튭방송에 나온 이 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도 알고 있을 겁니다. 허나 할애된 지면이나 시간 안에서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최적의 조건만 이야기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이나 지면이 훨씬 많이 필요할 테니까요.
월 100만 원은 법으로 정해진 기준이 아닙니다. 다만 세액공제와 유동성을 동시에 챙기려는 소액 투자자에게는 꽤 의미 있는 현실적인 경계선이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계좌의 순서가 아니라, 세금을 얼마나 아끼느냐와 함께, 내가 한 달에 얼마를 넣을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돈을 언제 다시 써야 할지도 같이 계산해야 할 겁니다.
앞에 언급했던 분들이 현실적인 그런 얘기를 해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절세의 황금순서는 금융회사나 기사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월급에서 생활비를 빼고, 내가 실제로 굴릴 수 있는 잉여자금이 얼마인지를 먼저 따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