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AI는 남이 끈다

AI를 잘 쓰는 것과 AI의 스위치를 쥐고 있는 것은 다른 문제다

얼마 전에 클로드를 여니 새 모델이 나왔다는 광고를 봤습니다.
fable 5와 뭐시기라고 있었던듯…

정확히는 Claude 라인업에 새 모델이 추가됐다는 소식이었는데 사실 상위 버전에 관심은 없었습니다. 제가 테크쪽 직업도 아니거니와 기획, 보고서 등 문서작성 하는 직업도 아니기에 개인적인 일 즉, 블로그 관련으로 또는 개인적 호기심으로 사용하는거라 돈주고 쓰는데 상위버전 사용으로 내 용량이 배로 확 줄어드는 서비스는 1도 관심없었습니다. Sonnet 4.6이면 훌륭합니다.

며칠쯤 지났을까요. 미국 정부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앤트로픽의 일부 고급 AI 모델 접근을 제한했다는 뉴스를 보게 됐습니다. 한국 기업이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는 이야기도 함께 나왔고요.
출시한 지 얼마 안 된 모델이었는데, 앤트로픽이 미국정부의 방침에 내렸다고. 협상 중이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 어쨌든 결과는 그랬습니다. 있었던 모델이, 사라졌습니다.

“아~ 이런거구나!”

AI를 잘 쓰는것과 AI의 스위치를 쥐고 있는건 다른 문제다.

당연하게 열어두고 있던 앱

저는 요즘 AI를 꽤 많이 씁니다. 블로그 글 쓸 때도, 아이디어 정리할 때도, 뭔가 찾아볼 때도. 어느 순간부터 데스크탑이든 모바일이든 고정으로 박혀있는 존재로 사용하게 됐습니다. 알람소리에 잠에서 깨어 날씨 한번 보고 이것저것 자연스럽게 열고, 막히면 물어보고, 끝나면 그냥 닫는. 그런 일상이 이어졌습니다.

근데 생각해보면 — 그게 전부 국외 서버에 올라가 있는 남의 나라 AI라는 걸, 솔직히 별로 의식하고 살지 않았네요. 잘 돌아가니까. 그냥 쓰면 되니까. 구독료 내고 쓰는 OTT 서비스가 하나 더 생긴 것 같은느낌 이랄까. 당연히 거기 있을 거라고 생각조차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근데 이번 일이 그 생각을 좀 건드렸습니다.

내가 매일 쓰는 이 툴이, 내가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는데, 어느 날 그냥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거. 그게 황당한 게 아니라 — 사실 원래 그런 거라는 생각에 “아~ 이런거구나!” 하고 느껴졌네요. 빌려 쓰는 거니까. 빌려준 쪽이 끊으면 끊기는 거. 당연한 건데, 당연하게 생각 안 하고 있었던 겁니다.

OTT 마냥 구독 취소도 아니고, 서비스 종료도 아니고, 그냥 — 정부 차원의 조치가 있었고, 회사가 내렸다. 내가 돈을 내고 있든 아니든, 내가 얼마나 의존하고 있든 상관없이. 스위치는 처음부터 우리 손에 없었던 겁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에서 묘하게 더 찔렸던 건 — AI가 국가 안보와도 결부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그냥 별생각 없이 AI를 쓰고 있었는데, 그 AI의 스위치를 남이 쥐고 있다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걸 그때 좀 실감했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있었는가 하면

AI도 나름 분산해서 쓰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관계를 교차 검증하고, AI마다 다른 관점도 비교하고, 데이터의 폭도 넓혀보자는 생각이었죠. — 그게 국외 AI에게 몰빵을 하고 있었던 것 같네요.

아니 더 정확히는, 미국 빅테크 AI들에 전부. ChatGPT, Claude, Gemini — 다 미국 회사입니다. 그리고 결국 미국의 정책, 규제, 안보 판단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습니다. 누군가 “스위치 내리세요”라고 하면, 이용자는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거죠.

컴퓨터는 내 책상 위에 있습니다. 전원이 들어오면 내 손 안에서 움직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AI는 다릅니다. 인터넷 너머 어딘가에 있는 거대한 서버에서 돌아갑니다. 내가 뭔가를 입력하면, 그 내용은 내 컴퓨터 안에서만 끝나지 않고, 해외 기업의 시스템을 거치고, 그 기업의 정책 안에서 처리되겠죠. 구독료를 내고 있어도, 스위치는 처음부터 내 손에 있지 않습니다.

물론 지금 당장 큰일 나는 건 아닙니다. 이번엔 그냥 새 모델 이름만 들었을 뿐이고, 기존 거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근데 그 작은 사건이 괜히 마음 한켠을 건드린 건 — 내가 쓰는 이 AI는, 우리 것이 아니라는 거.

근데 딱히 선택의 여지가 없네요. 국내의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아직 이렇다 할 생성형 AI 서비스 상용화한 곳이 없으니까요.

근데 솔직히 대안이 있냐고 하면

사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 지금 당장 미국 AI 안 쓰고 살 수 있냐고 하면,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AI현실은 쇼핑몰에 다 있습니다.
지금 일반 사용자가 체감하는 국내 AI는 아직 쇼핑몰 추천, 고객 응대, 챗봇 쪽에 많이 머물러 있는 느낌입니다. 물건 찾아주고, 문의 답변해주는 정도랄까요.

그리고 솔직히 저 같은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 “AI 주권” 같은 거창한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닙니다. 저는 그냥 월급쟁이 이지만 N잡러가 꿈이고, 국가 전략 같은 건 제 영역 밖입니다.

다만 이번 일이 하나는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내가 의존하는 것들이 — 플랫폼이든, AI든, 서비스든 — 결국 누군가가 스위치를 갖고 있는 것들이라는 거. 그리고 그 스위치가 제 손에 없다는 게,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사실에서 — 갑자기 눈앞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 됐다는 거.

투자할 때 분산하는 것처럼, 어떤 도구에 기대는 방식도 조금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싶었습니다. 클로드가 없어지면 GPT 쓰고, GPT가 막히면 다른 거 쓰고 — 하나에 완전히 종속되지 않게. 적어도 그 정도의 유연함은 갖춰두는 게, 나한테 맞는 수준의 대비 같기도 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께서 하신 말씀 중에 늦어도 2027년에는 전 국민이 생성형 AI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을 거다 라는 공개방송에서의 설명이 그나마 대안이 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이런걸로 억지 위안을

AI 칩을 만들려면 HBM, 고대역폭 메모리라는 게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압도적 1위고, 삼성전자까지 합치면 한국 두 회사가 시장 대부분을 쥐고 있다고 한다.[1] 그러니까 그 잘난 미국 AI도 결국 우리 메모리 없이는 제대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얘기라고. 미국이 AI의 스위치를 쥐고 있다면, 우리도 완전히 손 놓고 당하기만 하는 구조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메모리 반도체라는 비장의 카드는 쥐고 있는 셈이니까요.

퓨리오사 AI라는 국내 스타트업 얘기도 있습니다. 삼성전자·AMD 출신들이 2017년에 세운 AI 칩 회사인데, 메타가 8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 2천억 원을 제시하며 인수하겠다고 했는데 거절했다고 합니다.[2] 사업 방향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AI에 관해 고군분투 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글도

이 글도 3사의 AI를 사용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생각을 ChatGPT가 정리해서 기획하고, Gemini가 자료를 모으고, Claude가 편집과 검수를 합니다. 내 생각을 정리해서 방향 잡고, 초안 맞춰가면서. 그렇게 나온 글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클로드는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새 모델 fable 5는 아니지만…
사실 쓸 일도 없지만…

뭐, 거창한 결론이 아닙니다. 국산 AI만 써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 미국 AI 불매 같은 것도 아니다. 그냥 그날 — Claude 새 모델을 규제한다는 뉴스를 보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는 거.
언넝 국산 AI모델이 나왔음 하는 바램은 많이 있습니다. ^^

AI라는 존재를 너무 가볍게 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편한 도구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이건 스위치를 누가 쥐고 있느냐의 문제가 되어 있었습니다.

남의 AI는 남이 끕니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번에 새삼스럽게 실감했습니다.

참고

[1]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전세계 D램 및 HBM 시장 점유율 (2025년 2분기 기준) — https://korea.counterpointresearch.com/global-dram-and-hbm-market-share-quarterly/

[2] 서울경제, 퓨리오사AI 메타의 1.2조 인수 제안 거절 (2025.03.24) — https://www.sedaily.com/NewsView/2GQDCFI7UX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