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듣기만 해도 좋았던 소싯적을 지나, 심금을 울리는 음악만 남는…
안녕하세요, 프리버드입니다.
2026년 9월 6일, 형과 벌초를 다녀왔습니다.
가는 길, 돌아오는 길에 차에서 음악을 틀었습니다.
형도 저처럼 락음악을 좋아합니다. 예전부터 음악을 좋아했고, 저와 음악 이야기도 많이 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음악이 나오자 형이 그러더군요.
요즘은 음악을 거의 듣지 않는다고.
그러면서 올해 초, 아마 1월이나 2월쯤 저에게 줬던 Beoplay H9i 헤드폰을 준 뒤의 이야기를 한마디로 했습니다.
“그 헤드폰을 너한테 주고 난 뒤로 음악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어.”
그 말을 듣는데 묘했습니다.
음악을 싫어하게 된 것도 아닐 텐데.
차 안에서 형은 아는 노래에 맞춰 고개를 흔들었고, 여전히 락음악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좋아하는 음악을 듣지 않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은 왜 나이가 들수록 그 좋아하던 음악조차 점점 듣기가 쉽지 않은 걸까.
예전에는 음악을 듣기 위해 시간을 썼습니다
젊었을 때는 지금과 음악을 듣는 방식부터 달랐습니다.
새 앨범이 나오면 당연히 앨범 전체를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몇 번이고 듣다 보면 곡들이 익숙해지고,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노래들을 골라 다른 좋아하는 곡들과 섞어서 테이프에 녹음했습니다.
그렇게 만든 테이프를 또 계속 들었습니다.
새 앨범이 뭐가 나왔나 궁금하면 CD숍이나 온라인숍을 찾아봤고, 그래도 없으면 친구나 지인 찬스를 빌어 녹음해서라도 들었고, 그보다 더 이전에는 레코드가게를 돌아다니거나 음악잡지를 뒤지고 라디오에서 새로운 음악을 만났습니다.
지금처럼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세상의 거의 모든 음악이 눈앞에 나타나는 시대는 아니었습니다.
음악 하나를 만나기 위해서도 꽤 많은 시간을 썼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때는 그 시간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즐거웠습니다.
지금은 모든 음악을 들을 수 있는데
지금은 정반대입니다.
듣고 싶은 곡이 생각나면 몇 초 안에 들을 수 있습니다.
새 앨범이 나오면 그날 바로 들을 수도 있고, 예전에 구하기 힘들었던 앨범도 대부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음악을 듣는 환경만 생각하면 젊었을 때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저는 예전처럼 하루 종일 음악을 듣지는 못합니다.
저는 혼자 살기 때문에 형보다는 제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편입니다.
지금도 음악을 듣고 삽니다.
출퇴근할 때도 듣고, 집에서도 듣습니다.
그래도 젊었을 때처럼 음악을 하루 종일 틀어놓고 지내기는 어렵습니다.
어떤 날은 머리가 음악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느낌도 있습니다.
일 때문에 하루 종일 신경을 쓰고 몸까지 지쳐 돌아오면 음악보다 그냥 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아무 소리도 듣고 싶지 않은 날도 있습니다.
그런 저를 생각하다가 형을 보니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형은 음악보다 먼저 들어야 할 것이 많을 겁니다
저와 달리 형에게는 짊어져야 할 부양가족이 있습니다.
나이는 계속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나이를 먹게 되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하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나는 앞으로 살아갈 준비를 제대로 해놓은 걸까.
돈 문제도 있을 것이고, 가족 문제도 있을 것이고, 앞으로의 생활도 생각해야 합니다.
젊었을 때보다 몸도 예전 같지 않은데 책임져야 할 것은 오히려 더 많아집니다.
제가 형의 속을 전부 알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어제 형의 말을 들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지 않게 된 것이 아니라,
음악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진 것은 아닐까.
저도 일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음악이 들어오지 않는 날이 있는데, 가족까지 책임지고 살아가는 형이 느끼는 삶의 무게는 얼마나 클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무게가 어느 순간부터 음악까지 밀어내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의 무게만이 이유는 아닐 겁니다
물론 모든 이유를 삶의 무게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겁니다.
제가 슬슬 늙어가는 동안 제가 좋아하던 뮤지션들은 더 늙었습니다.
예전처럼 새 앨범을 찾아 듣기는 하지만, 요즘은 한 번 듣고 크게 끌리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감각이 둔해진 것인지, 그들이 늙어서 예전의 감각을 잃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둘 다일지도 모릅니다.
어떤 신곡을 들으면 전에 들었던 음악의 조각들을 여기저기 이어 붙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분명 처음 듣는 곡인데 별로 새롭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그런 느낌이 먼저 옵니다.
수십 년 동안 음악을 듣다 보니 제 귀에 쌓인 음악도 너무 많아졌을 겁니다.
그래서 이제 웬만한 곡으로는 예전처럼 쉽게 흥분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전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제가 아직 음악에 흥분할 수 있다는 걸 다시 느끼게 해준 일이 있었으니까요.
좋아서 하루 종일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음악을 좋아하지 않게 된 것은 아닙니다.
얼마 전 Anthrax가 공개한 싱글 세 곡을 들었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회사에 음악을 좋아하시는 형님은 들어 보시더니 예전의 Anthrax가 아니라고 별로라고 하셨지만, 전 복잡하지 않은 전개와 흥이 있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날은 하루 종일 그 세 곡을 들었습니다.
오랜만이었습니다.
새로운 음악을 듣고 계속 다시 듣고 싶었던 것이.
그때 알았습니다.
중년이 되면서 내가 흥을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꼭 그것만은 아니구나.
여전히 좋은 음악을 만나면 좋습니다.
여전히 가슴이 뜁니다.
다만 그런 음악을 만나는 일이 예전보다 귀해졌을 뿐입니다.
그리고 음악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제 마음의 공간도 예전보다 좁아진 것 같습니다.
프리버드의 시선
나이가 들면 취향이 사라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마음은 생각보다 오래 남아 있습니다.
다만 그 마음보다 먼저 챙기고 들어야 할 것이 많아집니다.
일, 돈, 가족, 건강, 앞으로의 삶.
젊었을 때는 음악을 듣기 위해 시간을 냈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시간과 마음의 자리를 삶이 먼저 가져갑니다. 예전에는 되던 것이 안 되는 부분도 생기고, 새로운 경험으로 삶이 다채로워지는 것들도 많아집니다. 그렇게 삶이 차지하는 자리는 점점 커지는 것 같습니다.
형이 음악을 듣지 않게 된 것도 아마 음악이 싫어져서가 아닐 겁니다.
저 역시 아직 음악을 듣고 살지만, 예전처럼 하루 종일 듣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Anthrax의 신곡 세 곡을 하루 종일 들었던 걸 보면, 제 안의 흥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닙니다.
좋은 음악을 만났을 때 다시 살아나는 걸 보면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음악을 덜 좋아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삶에 너무 많은 것들이 채워지면서 음악이 차지하던 한 단락이 점점 쪼그라들어 찾기 힘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 힘들게 되는 나이
어쩌면, 그 음악을 듣지 않게 되는 건 취향이 변해서가 아니라, 내 삶을 연주해야 하기 때문일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