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링고 1년 넘게 사용한 후기, 출석 285일째, 스피킹은 묵묵부답

듀오링고 1년 넘게 사용한 후기, 연속 학습 285일째

안녕하세요, 프리버드입니다.

영어를 말하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영어 회화를 배우려면 학원에 다니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나오고 앱이라는 게 생기면서, 굳이 학원에 가지 않아도 공부할 방법이 많아졌습니다.

그 많은 영어 앱 중에서 제가 고른 게 듀오링고(Duolingo)였습니다. 누가 추천해 준 것도 아니고, 인터넷에서 좋은 평가를 본 것도 아닙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광고를 보면 무료로 영어 공부를 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시작한 듀오링고를 어느덧 1년 넘게 쓰고 있고, 지금은 연속 학습 285일째입니다. 이 정도 했으면 영어를 제법 잘할까요? 글쎄요. 영어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무료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광고를 보는 게 부담스러웠습니다

처음 듀오링고를 쓸 때부터 저는 영어를 공부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흔히 듀오링고를 게임 같은 앱이라고 하는데, 저는 한 번도 게임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영어 단어랑 문장이 보이는데 게임이라뇨? 공부하는 앱이었던 거죠.

그런데 무료로 쓰니 불편한 점이 있었습니다. 제가 무료로 사용하던 당시에는 학습 기회를 나타내는 하트가 다섯 개 주어졌는데, 문제를 틀려 하트를 모두 소진하면 공부를 계속할 수 없었습니다. 이어가려면 광고를 봐야 하고요. 저는 평소에도 휴대폰 여러 앱 출석체크를 하면서 광고를 정말 많이 보는 편입니다. 그런데 영어 공부까지 광고를 봐가며 한다는 것에 처음에는 공짜니까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했는데 한 반년쯤 지나니 영어공부고 뭐고 짜증 짜증 왕짜증이 나더군요.

결국 이어오던 연속 학습을 지겨워서 놓아버렸습니다. 영어를 포기했다기보다 듀오링고를 계속 쓰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고 해야 맞을 것 같네요.

누나 덕분에 다시 시작한 영어 공부

다시 듀오링고랑 마주하게 된 건 누나 덕분입니다. 제가 듀오링고로 영어 공부한다는 얘기를 2025년에 가족들한테 했더니 영어학원에 다니며 공부하던 누나도 다른 방법을 찾고 있었던 건지, 2026년에 듀오링고 유료 요금제를 결제했더군요. 듀오링고에는 최대 여섯 명이 함께 쓰는 가족 요금제가 있습니다. 누나가 결제하면서 저를 초대해 줬고, 덕분에 광고 없이 다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시작해 보니 예전에 끊겼던 연속 학습 기록을 이어주겠다고 유혹하더라고요. 어떤 방식으로 복구된 건지는 저도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지금 표시되는 285일이라는 숫자가 하루도 빠짐없이 공부한 날짜와 완전히 일치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처음 한두 달은 제법 열심히 했습니다. 새 마음으로 시작했으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예전의 지루함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내용은 어려워지는데 공부하는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 섹션 4까지 왔습니다. 제가 느낀 변화는 듣기 부분의 해설이 한국어에서 영어로 바뀐 정도예요. 앞으로 더 올라가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겪은 방식은 거의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이번에는 그만둘 수가 없었습니다. 동생 공부하라고 돈까지 내서 초대해 줬는데 내버려 둘 수는 없으니까요. 게다가 듀오링고는 친구로 등록된 사람의 학습 여부도 자세히는 아니지만 대충 볼 수 있습니다. 누나가 공부 안 한다고 뭐라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그래도 동생 생각해서 해준 일을 허투루 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듀오링고는 어떻게든 공부하게 만듭니다

듀오링고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공부를 계속하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하루라도 안 하면 알림이 엄청 옵니다. 정중히 얘기도 하고, 삐지기도 하고, 화내기도 합니다. 오늘도 해야 한다고 매일 알려줍니다. 미친 사람처럼 집요해서 사람 참 귀찮게 합니다. 그런데 이게 먹힙니다. 연속 학습 기록이 쌓일수록 하루 빠뜨리기가 아까워지거든요.

여기에 리그라는 경쟁 제도가 있습니다. 브론즈, 실버, 골드 같은 리그를 거쳐 저는 지금 최상위인 다이아몬드 리그에 있습니다. 리그마다 다르긴 한데 제가 속한 다이아몬드 리그에는 열다섯 명이 같이 있고, 아래쪽 세 명은 강등됩니다. 그래서 제 순위가 강등권이면 조금 더 공부하고, 안전하면 하루 분량만 하고 끝냅니다.

다이아몬드 리그에서 강등되지 않으려고 오늘도 순위를 확인합니다.

가만 생각하면 웃깁니다. 영어를 배우려고 시작했는데, 어느새 리그에서 안 떨어지려고 영어 공부를 하고 있으니까요. 듀오링고는 사람을 공부하게 만드는 방법을 다 써놨고, 저는 그걸 알면서도 그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걸 단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공부하기 싫은 날에도 결국 공부하게 만든다는 것. 저는 이게 듀오링고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어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영어에는 도움이 됐을까요? 도움이 하나도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매일 단어를 보고 문장을 읽고 듣는데 아무것도 못 배울 리는 없으니까요.

가장 체감하는 건 단어와 듣기입니다. 예전에는 안 들리던 단어가 조금씩 들립니다. 문장이 다 들리는 건 아니지만, 반복해서 듣다 보니 익숙한 단어가 생겼고 영어를 듣는 일 자체가 예전보다 편해졌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들리는 것과 말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회사에 영어를 전공하신 형님 한 분이 계십니다. 물론 그 형님도 제가 듀오링고로 영어 공부하는 걸 아십니다. 그래서인지 가끔 지나다 뜬금없이 영어로 물어보시면 무슨 말인지는 알아듣습니다. 어차피 짧게 물어보시니까요. 그런데 정작 그 짧은 물음에 대답을 못 해요. 정확히는 대답하려는 순간 머릿속에서 문법부터 따지고 있습니다. 이 문장엔 어떤 단어를 쓰지? 이렇게 말하는 게 맞나? 하면서 문장을 머릿속에서 조립하는 거죠. 실제 대화는 질문을 들으면 바로 대답이 나와야 하는데, 언제까지 문법을 생각하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야~ 빨리 말해봐라~”라고 대구사투리로 재촉하십니다. 그렇게 “Umm~”만 하다가 끝내 입을 닫습니다.

제 체감으로 프리토킹까지의 수치를 100이라고 한다면, 듀오링고로 공부한 저는 35 정도 위치에 있습니다. 객관적인 점수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제 느낌입니다. 제가 원하는 건 상대 말을 알아듣고 자연스럽게 대답하는 건데, 아직 듀오링고로는 거기까지 가지 못했습니다.

틀린 문제를 다시 푸는 것과 틀린 이유를 아는 것은 다릅니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입니다. 듀오링고에는 틀린 문장을 다시 풀거나 단어를 복습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궁금한 건 정답이 아니라 왜 그 답이 정답인지입니다.

영어 문장을 만들다 보면 언제는 단수형, 언제는 복수형을 써야 하고, do와 does를 구분해야 하고, 전치사도 상황마다 달라집니다. 아까는 저렇게 썼는데 이번엔 왜 이거지? 하는 의문이 계속 생기는데, 그 이유를 모르니 비슷한 문제에서 또 틀립니다. 제가 쓰는 과정에서는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문법 설명을 찾지 못했습니다.

듀오링고의 방식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아이가 부모 말을 듣고 따라 하면서 말을 배우지, 문법책으로 배우지는 않으니까요. 반복해서 듣고 말하며 익히게 하려는 의도라면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저는 조금 다릅니다.

오래된 청년에게는 이해하는 공부가 더 편합니다

젊었을 때는 무작정 외우는 것도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드니 단순 반복으로 외우는 게 점점 어렵습니다. 대신 이유를 알면 이야기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아, 그래서 여기서는 이걸 쓰는구나” 하고 이해하고 나면 오히려 더 쉽게 기억에 남습니다.

문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가르쳐 달라는 게 아닙니다. 문제를 풀다 궁금한 점이 생기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반복 학습 방식은 존중하지만, 저처럼 이해하면서 공부하는 쪽이 맞는 사람에게는 아쉬운 방식입니다.

일본어도 시작했는데, 기초부터 막혔습니다

듀오링고에는 영어 말고도 여러 외국어 과정이 있어서, 저는 일본어도 등록해 봤습니다. 그런데 영어와는 다른 문제가 있었습니다. 영어는 알파벳을 이미 아니까 시작이 어렵지 않지만, 일본어는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부터 익혀야 합니다. 게다가 단어는 한자로 나옵니다. 기본 문자 체계를 외우지 못한 상태에서는 문제를 풀 수가 없었어요.

영어에서는 문법 이해가 아쉬웠다면, 일본어에서는 기초 문자 단계부터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영어 회화를 배우려면 더 비싼 요금제가 필요할까?

듀오링고 요금제는 개인용과 가족용이 있고, 그 안에 기본과 맥스가 나뉩니다. 제가 쓰는 건 누나가 결제한 가족 요금제의 기본입니다. 광고 없이 공부할 수 있고 틀린 문제나 단어를 복습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편합니다.

하지만 제가 진짜 원하는 건 영어로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연습입니다. 듀오링고에는 AI와 대화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원래 맥스라는 상위 요금제에서 제공하던 기능인데, 찾아보니 최근에는 일반 유료 요금제로도 확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제가 이용하는 계정에서는 직접 사용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효과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래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어 회화를 연습하려고 추가 구독료가 필요한 거라면, 차라리 범용 AI를 쓰는 건 어떨까? 요즘은 AI 서비스가 여러 가지 있고, 내 영어 수준에 맞춰 학습 계획을 짜고, 모르는 문법을 물어보고, 영어로 대화 연습도 할 수 있습니다. 영어 말고도 쓸 데가 많고요.

물론 이 방법이 듀오링고보다 효과적인지는 아직 모릅니다. 저도 직접 비교해서 공부해 본 건 아니니까요. 다만 이미 AI 서비스를 유료로 쓰고 있는 입장에서는, 영어 회화 때문에 구독료를 또 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한두 달 전쯤에는 AI에게 제 수준에 맞는 영어 공부 커리큘럼을 짜줄 수 있는지 물어본 적도 있습니다. 가능하다는 답은 들었지만 아직 시작은 못 했어요. 시간도 부족하고, 누나가 결제해 준 듀오링고도 계속 쓰고 있으니까요.

프리버드의 결론

듀오링고를 1년 넘게 쓰고 영어가 얼마나 늘었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단어는 조금 더 알게 됐고 영어도 예전보다 조금씩 들립니다. 분명 도움이 된 부분은 있어요. 하지만 영어로 질문을 받았을 때 자연스럽게 대답할 수준은 아닙니다. 오래 쓰다 보니 학습 방식도 지루해졌고, 틀린 문제를 다시 풀게 하는 것보다 왜 틀렸는지 이해시켜 줬다면 더 좋았겠다 싶습니다.

그래도 장점 하나는 인정합니다. 공부하기 싫어도 결국 공부하게 만든다는 것. 알림이 귀찮아서, 연속 학습 기록이 아까워서, 리그에서 떨어지기 싫어서라도 매일 영어를 켜게 됩니다. 사용자를 어떻게든 공부시키는 능력은 대단합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단순히 매일 하는 공부보다, 궁금한 걸 이해하고 실제로 영어를 말할 수 있게 되는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오래된 청년인 저에게는 무작정 반복하는 공부보다 이해하면서 배우는 공부가 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누나가 결제해 준 기간까지는 듀오링고를 계속 써야 하겠죠. 그 뒤에는 AI와 직접 대화하는 방식으로 영어 공부를 해볼까 합니다. 그 방법이 더 좋을지는 직접 해봐야 알겠죠.

듀오링고 덕분에 매일 영어를 공부하는 습관은 생겼습니다. 이제 그 습관을 실제로 영어를 말하는 능력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P.S: 듀오링고 그는 새인가? 궁금하군!

10월 26일 업데이트

300일 연속학습
300일 연속학습 냐하하~

일수만 채우는 벙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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